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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더스게이트3 플레이] 오리진 : 윌 - 라파엘과의 첫 만남

B/Baldur's Gate3

by 잇몸 2024. 5. 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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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 이런 이런, 여긴 대체 어떤 곳인가? 구원으로 향하는 길인지, 저주로 향하는 길인지…… 자네의 여정은 이제야 막 시작된 참이니 확언하기는 어렵군.

 

라파엘 : 이런 때는 무슨 노래가 어울리련지. 자장가 한 소절은 어떤가?
고양이를 따돌렸으니, 쥐는 활짝 웃었다네!
그때 발톱이 쥐를 덮치니, 결국 그리 됐다네.
코어미어 아니랄까봐 자장가 하나도 기막히지 않소이까?
반갑군. 난 라파엘이라고 하네.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군.

윌 : 그러는 넌 쥐인가, 아니면 고양이인가?

라파엘 : 둘 다 아닐세. 오히려 이렇게 침묵을 깰 순간을 기다려온 여우쪽이 낫겠군.
물론 누가 엿들을지 모르는 여기서는 곤란하지. 더구나 이왕 대화를 하더라도… 격식을 갖춘은 편이 좋잖나?
이렇게 기이하고 작은 곳은 확실히 내 취향하고는 맞지 않아서.
가세.

라파엘 : 자, 이제야 번듯하군.

윌 : 날 돌려놔. 당장!

라파엘 : 손님 대접은 받고 가야지 않겠나?

 

라파엘 : 여긴 희망의 저택이네. 지친 몸을 쉬러 오고, 주린 배를 채우러 오는 곳이지.
자, 어서 만찬을 즐기게. 따지고 보면……
…자네한테는 최후의 만찬일지도 모르니.

윌 : 겉치레는 이쯤하시지 그래?

라파엘 : 벌써 지루하게 했나? 손님이 실망하게 할 수는 없지.
이왕이면 악마와 거래하더라도……

라파엘 : …번듯한 악마와 하는 게 낫잖나?
내가 아군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 혹은 숙적? 역시 마판가지. 헌데 구원자라면? 두말하면 잔소리지.

윌 : 호객 솜씨는 제법이지만 그런 계약은 걸림돌일 뿐이지.

라파엘 :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지.
몸은 하나인데, 주인은 둘이고, 뾰족한 수도 없으니.
원한다면 내가 고쳐 주겠네.

윌 : 미쳤다고 내가 또 다른 악마하고 거래할 것 같아?

라파엘 :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미친 짓이 아니겠나?
헌데 곧 생각을 고쳐먹으리란 예감이 드는군. 놈이 자네를 고쳐먹기 전에 말이야…….

알아서 하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울고 빌고, 빌어먹고, 등쳐먹으며 발버둥 쳐보거라. 아무리 애써도 부질없을 테니.

끝내 한 줌 희망마저 사라지고 뼈에 사무치는 절망만 남거든, 그제야 날 찾을테지.

희망이라, 하하하! 고문이 따로 없지.

 

윌 : 날 되돌려 놓고 다시는 나타나지마.

라파엘 : 그래, 제 발로 복을 걷어차라지. 아직 발이 성할 때 말이야.
헌데 살갗이 떨어져 나가고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증상은 아직 없는 모양이지?
타고난 행운아라고 불러도 되겠군.
운이 다하거든 날 찾아오거라.

 

아스타리온 : 하다하다 이제는 악마까지 쫓아온다고? 아주 가관이네.

"실컷 발버둥 쳐" 보라니. 우린 가망이 없다고 확신하는 거야.

맞는 말일지도 모르지. 여태 진전이 없었으니까.

 

윌 : 무시해. 아직 기회가 있으니까.

 

아스타리온 : 그래. 근데 "느긋하게 결정"하라느니 말라느니 하던 헛소리는 뭔데? 우릴 갖고 노는 거야.

내 옛 주인 카사도어가 생각나. 애초부터 불공평한 판인줄 알면서도 노예들한테 헛된 희망을 불어넣는 수법이 아주 똑같다고.

넌 워락이잖아. 너라면 섣부른 거래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겠지.

 

윌 : 나도 알만한 사람이야. 라파엘이 엮였다면 조심해야지.

 

아스타리온 : 그거 다행이긴 한데, 조심만해서 될 일인지 모르겠네.

일단 상황 파악부터 해야 해. 왜 우리는 변하지 않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그리고 왜 갑자기 악마가 우리한테 눈독을 들이는지도.

그걸 알게되면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뭐, 결국 라파엘이 원하는대로 될거야.

 

윌 : 그래서 넌 라파엘의 조건을 어떻게 생각해?

 

아스타리온 : 솔직히 유혹적이긴 하지. 올챙이를 품고 있는 한 흉측한 괴물로 변할 위험을 짊어지는 셈이니까.

그렇다고 올챙이를 잃으면 카사도어가 다시 내 몸과 영혼을 지배할 거고, 그림자로 돌아가게 되겠지.

어느 길로 가든 암담하다면 차라리 남은 영혼 찌꺼기를 악마에게 팔아 치우고 말지. 카사도어보단 나아.

 

윌 : 사실상 주인을 갈아타는 셈이잖아. 노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아스타리온 : 차라리 악마가 낫다고 할 수 있지.

나는 카사도어를 알아. 그놈과 떨어질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거야.

 

아스타리온 : 자, 그래서 이제는 카사도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겠지.

 

윌 : 카사도어가 네 주인이었다고 했지?

 

아스타리온 : 전 주인이지. 내가 마인드 플레이어 놈들에게 붙잡혀, 이 변태적이고 기괴한 자유를 얻기 전의  일이었으니까.

카사도어 자르는 발더스 게이트의 뱀파이어 군주야. 한 혈맹의 주인이자 힘에 집착하는 괴물이지.

이 힘은 권력이나 군사력이 아니라, 남 위에 군림하는 힘을 말하는 거야. 완전한 지배력의 힘 말이야.

놈은 200년 전쯤 날 변이시켰어. 뱀파이어 스폰이 된 후로 줄곧 괴롭힘 당했지.

 

윌 : 카사도어의 노예 신세였던 셈이군.

 

아스타리온 : 뱀파이어 스폰은 노예보다 못한 존재야. 꼭두각시지.

우리 스폰은 주인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해. 주인이 말하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하지. 그게 계약이니까.

카사도어는 어쩌다 한 번씩 고문을 받게 만들곤 했어. 스스로 자기 몸에 상처를 내게 하기도 했고. 종잡을 수 없는 변덕에 휘둘렸지.

 

윌 : 듣기만 해도 참담하군. 고생이 많았겠어.

아스타리온 : 말은 고맙지만, 동정 구걸하려고 한 얘기는 아니야. 장차 대면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대를 알려준 거지.

괴물은 마인드 플레이어 말고도 많아. 그 자식들만 우리 뒤를 쫓아오는 게 아니라는 얘기지.

하나만 당부할게. 두 눈 크게 뜨고 다녀. 그림자 속에 숨어있는 놈들을 조심해.

 

윌 : 뒤는 내가 봐줄테니 걱정마.

 

아스타리온 : 나도 그 이상 거창한 걸 바라진 않아. 자, 그럼 얘기는 끝?

 

게일 : 황송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악마한테 저녁 식사 초대를 다 받고……

 

윌 : (비전 성공) 악마하고 식사하고 나니 뒷맛이 좋지 않네.

 

게일 : 그래…. 놈들은 사과 하나를 주더라도 벌레 먹은 사과를 주니까.

그래도 허튼 수작에 속지마. 우리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말하지만, 애타는 쪽은 본인이니까.

 

게일 : 우리한테 뭔가 간절히 원하는 게 있는 눈치였어. 바로 그 점을 역으로 써먹는 거지.

윌 : 그런데 그 악마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게 뭘까?

게일 : 우리 영혼이지. 근데 그건 시작에 불과할 거야.
번대로 악마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고. 너무 다급해 보였어. 그 점을 간과하면 곤란해.
지옥의 주민들도 모두 가진 특성 하나를 뽑아보라고 하면, 그건 야망이야. 물론 인간도 많이들 갖고 있긴 하지만……

윌 : 너도 인간이잖아 게일.

게일 : 아무렴. 아무튼 요점은 이거야.
첫째, 우리가 지닌 올챙이는 매우 특이하면서도 강력하다.

 

게일 : 둘째, 악마가 그걸 없애 주겠다고 제안했다.
악마가 그저 친절해서 필멸자를 도와주는 존재가 아니잖아. 라파엘이 원하는게 뭐든, 우리가 거기서 핵심인 건 분명해. 올챙이도 그렇고……
그러니 일단 기다려 보자. 내 짐작이 맞다면 라파엘이 다시 찾아올 거야. 진짜 큰 거래는 그때 이루어지겠지.
놈이 부른 코어미어 자장가 기억나? "발톱이 쥐를 덮치니"… 이참에 우리도 손톱을 길러둬야겠어.

 

섀도하트 : 진짜 돌아버리겠네. 드디어 실마리가 보이나 했는데 악마가 나타나다니……

뭐, 어쩌겠어.지금까지 별의별 난관을 맞닥뜨려 왔잖아? 이번에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그나저나 이 라파엘이란 녀석 말인데……

우리 비밀을 아는데다가 자기가 도와줄 수 있다고 했지…. 어떻게 생각해?

 

윌 : 놈은 악마야. 믿어선 안 돼. 두말할 것도 없어.

 

섀도하트 :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우리 사정을 자세히 아는데다 해결할 능력도 있어 보이던데…

밑져야 본전인데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겉모습으로만 판단하면 곤란하지…….

 

윌 : 쉽사리 생각을 바꿀 마음은 없어. 라파엘은 못믿을 놈이야.

섀도하트 : 그래. 그 말이 듣고 싶었어.
라파엘과 비슷한 수법을 쓰는 자들을 겪어봐서 알아.
사람을 꺾는데 고문 도구 같은 건 필요 없어. 두려움과 자기 회의로 충분해.
무력을 동원한다 한들 그때쯤이면 힘들일 필요도 없지.
악마한테 정답이란 없어.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는 거야. 우리 말이야.

윌 : 그럼 내가 옳은 결정을 내린 셈이로군.

섀도하트 : 아닐지도 모르고.
거봐, 의심하게 만드는 건 유서깊은 잔재주야. 안 당하게 조심해. 라파엘은 말할 것도 없고.

 

레이젤 : 그 라파엘이란 악마, 보란듯이 날개를 파닥이더군. 그딴 수작으로 넘어갈 줄 알았나 보지.

레드 드래곤이 불지옥 위를 누비며 놈의 동족들을 사냥하는 광경은 너도 봤겠지?

 

레이젤 : 드래곤 앞에서는 악마도 한낱 모기에 지나지 않아. 내가 키스라크가  되면 놈의 목을 블라키스께 전리품으로 바치겠어.

윌 : 키스라크? 그게 뭔데?

레이젤 : 기스양키 기사야. 노틸로이드를 쫓던 드래곤 기수들이 바로 키스라크지. 블라키스 여왕 폐하의 뜻을 받드는 장교야.
그거야말로 블라키스께서 하사하는 최고의 영예지. 키스라크가 되어 은검을 손에 쥐는 것이 나의 운명이야.
난 여왕 폐하의 총애를 얻을 거야. 폐하께서 명하신다면 9층 지옥 끝까지라도 토벌하겠어.

윌 : 그 기사들은 왜 마인드 플레이어 함선을 쫓고 있었는데?

레이젤 : 게이크는 기스양키의 원수니까. 키스라크가 쫓는다 한들 이상한 것도 없어.
하지만 지옥까지 추격한다? 이건 이상하지.
그렇다고 여왕 폐하의 뜻을 의심하는 건 아니야.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지평선이 고작이지만, 블라키스 폐하께서는 여러 차원을 꿰뚫어 보시는 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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