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1절 - 그랜드오더 ]
[ 연동좌표점 0호 ]
올가마리
이것이 대성배…… 초발급 마술노심이잖아…….
왜 극동의 섬나라에 이런 게 있는거야…….
닥터 로망
자료에 따르면, 제작한 것은 아인츠베른이라는 연금술의 대가라고 합니다.
마술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인조인간―호문클루스―만으로 구성된 일족인 듯합니다만.
캐스터
미안하지만 잡담은 거기까지다.
놈이 눈치챘어.
세이버
――――――――.
마슈
……이 마력방출은 대체……
저것이 진짜로 그 아서 왕인가요……?
닥터 로망
틀림없어.
뭔가 변질되어 있는 것 같지만, 그 여자가 브리튼의 왕, 성검의 주인인 아서야.
전설과는 성별이 다르지만, 뭔가 사정이 있어서 카멜롯에서는 남장을 하고 있었겠지.
그 왜, 남자가 아니면 왕위에 오를 수 없기도 하잖아?
분명 집안 사정으로 남자인 척하라는 요구를 받은 거겠지.
궁정 마술사의 수작이었을 거야.
전승에도 있지만 멀린은 정말 악취미래.
마슈
응……?
아, 정말이네요.
여성이군요.
저 분. 왜인지 남자인 줄 알았어요.
캐스터
겉모습은가냘프게 보여도 절대 얕보지 마.
저 녀석은 근육이 아니라 마력방출로 날아다니는 괴물이니까.
한 방 한 방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묵직해.
잠깐 방심했다간 상반신이 통째로 날아가고 말거다.
마슈
의인화한 로켓 같은 존재로군요.
……이해했습니다.
전력을 다해 응전하겠습니다.
캐스터
좋아. 녀석을 쓰러트리면 이 도시의 이변은 사라질 거다.
알겠어? 그건 녀석도 나도 예외가 아니야.
그 뒷일은 너희들 일이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잘해보라고.
세이버
――――――――호오.
재미있는 서번트가 있군.
캐스터
뭐야?! 너, 말을 할 수 있었냐?!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던 건 컨셉이었어?!
세이버
그렇다. 항상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지.
때문에 허수아비인 척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재미있군.
그 보구는 재미있어.
준비하거라, 이름 모를 소녀여.
그 수호가 진실인지 아닌지, 이 검으로 확인해 주마!
마슈
옵니다――――마스터!
리츠카
그래, 질 수 없지!
마슈
네! 마슈 키리에라이트, 출격합니다!
세이버
비왕철퇴. 극광은 반전한다. 빛을 삼켜라!
『약속받은 승리의 검』 엑스칼리버 모르건!
마슈
보구, 전개합니다!
으아아아아아――――――!!!
세이버
――――후. 나도 모르는 사이에 힘이 느슨해져 있었나 보군.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손을 멈추다니.
성배를 끝까지 지켜낼 생각이었건만, 스스로 집착에 빠진 끝에 패배하고 말았어.
결국, 운명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나 혼자선 같은 말로를 맞이한다는 건가.
캐스터
응? 그건 무슨 뜻이지?
너, 대체 뭘 알고 있는 거냐!
세이버
머지않아 네놈도 알게 될 거다.
아일랜드의 빛의 왕자여.
그랜드 오더――――
성배를 둘러싼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란 걸 말이다.
캐스터
이봐, 잠깐. 그건 무슨――――어어엇?!
젠장, 이 타이밍에 강제귀환이냐?!
쳇, 납득은 안 가지만 어쩔 수 없지!
애송이, 뒷일은 부탁한다!
다음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랜서로 소환해 줘!
- 캐스터는 완전히 사라졌다.
마슈
세이버, 캐스터, 모두 소멸이 확인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승리, 일까요?
닥터 로망
그래. 정말 고생 많았어, 마슈, 리츠카!
소장님도 분명 같이 기뻐해…… 어라, 소장님은?
올가마리
……관위지정―그랜드 오더―…….
저 서번트가 어떻게 그 호칭을……?
리츠카
……뭔가 신경 쓰이는 일이라도 있나요?
올가마리
어……?
그, 그래.
잘해줬어, 리츠카, 마슈.
아직 불명확한 점이 많습니다만, 여기서 미션은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은 저 수정체를 회수하도록 하죠.
세이버가 이상을 일으켰던 이유……
후유키 시가 특이점이 된 원인은 아무리 봐도 저것 같으니까요.
마슈
네, 즉각 회수―― 아앗?!
???
이거야 원, 설마 너희들이 이 정도까지 해낼 줄이야.
계획의 예상을 넘어섰고, 내 관용의 한계도 넘어섰어.
48명 째의 마스터 적성자.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어린애라서 선의로 눈감아줬던 나의 실수야.
마슈
레프 교수님!?
닥터 로망
레프――!?
레프 교수라고!?
그 남자가 거기 있는 거야!?
레프
응? 그 목소리는 로마니 군인가?
너도 살아남아버렸나.
즉시 관제실로 와 달라고 말했는데, 내 지시를 듣지 않았군. 정말이지――――
이놈이고 저놈이고 통솔이 안 되는 쓰레기들 뿐이라 구역질이 멈추질 않는군.
인간이란 것들은 어째서 이렇게나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거지?
마슈
――――!
마스터, 뒤로…… 뒤로 물러나 주세요!
저 사람은 위험합니다…….
저건, 우리가 알고 있는 레프 교수님이 아니에요!
- 소장님은 마슈의 경고를 무시한 채 레프 교수님에게로 다가갔다.
올가마리
레프…… 아아, 레프, 레프. 살아있었구나, 레프!
다행이야. 당신이 없어딘 뒤로, 난 앞으로 어떻게 칼데아를 지켜야할지 정말 막막했었어!
마슈
소장님……!
안 됩니다. 그 남자는……!
레프
이게 누구야, 올가가 아닌가.
건강해 보이니 정말 다행이야.
너도 고생이 많았던 것 같네.
올가마리
응, 정말 그래, 레프!
관제실은 폭발하지, 도시는 완전 폐허지, 칼데아로는 돌아갈 수 없지!
예상 밖의 일들 뿐이라 머리가 어떻게 될 것만 같았어!
하지만 괜찮아. 당신이 있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지금까지도 그랬잖아.
이번에도 날 도와줄 거지?
레프
그럼. 물론이고 말고.
정말로 예상밖의 일들 뿐이라 화가 치밀어.
그중에서도 가장 예상밖인 것이 바로 너야, 올가.
폭탄은 너의 발 밑에 설치했는데, 설마 살아있을 줄이야.
올가마리
――――――, 어?
……레, 레프?
저기, 그거, 무슨, 뜻이야?
레프
아니, 살아있다는 말은 틀렸군.
너는 이미 죽었어.
네 육체는 한참 전에.
트리스메기스투스는 친절하게도 잔류사념이 된 너를 이곳으로 전이시켜버린 거야.
생각해봐.
너는 생전, 레이시프트의 적성이 없었잖아?
육체가 있는 상태로는 전이할 수 없었어.
이해가 되나?
너는 죽고 나서야 비로소 간절히 바랐던 적성을 손에 넣은 거다.
그러니까 칼데아로도 돌아갈 수 없어.
왜냐하면 칼데아에 돌아간 시점에서, 너의 의식은 소멸할 테니까.
올가마리
어…… 뭐? 소멸, 내가……?
잠깐만…… 칼데아로, 돌아갈 수 없다고?
레프
그렇고 말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나도 불쌍하겠지.
평생을 칼데아에 바친 너를 위해, 하다못해 지금 칼데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보여주도록 하지.
올가마리
뭐…… 뭐야, 저건?
칼데아스가 새빨갛게 변했어……?
거짓말……이지?
저건 그냥 허상이지, 레프?
레프
아니, 진짜다. 너를 위해 시공을 연결했어.
성배가 있으면 이런 일도 할 수 있으니까.
자, 자세히 보도록 하게나, 아니무스피어의 후예여.
저것이 너희들의 어리석은 우행의 말로다.
인류의 생존을 나타내는 청색은 한 조각도 없어.
있는 것은 불타오르는 적색뿐.
저것이 이번 미션이 일으킨 결과다.
잘 됐구나, 마리?
이번에도 또다시 너의 미숙함이 비극을 부른 거다!
올가마리
허――――헛소리 하지마!
내 책임이 아니야, 나는 실패하지 않았어, 나는 죽지 않았어……!
당신, 대체 누구야?!
나의 칼데아스에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레프
저건 네 것이 아니다.
정말이지―― 마지막까지 시끄러운 여자애로군, 너는.
올가마리
어? …… 몸이, 공중으로―― 뭔가에 잡아 당겨지고 있어――――.
레프
말했잖아. 거긴 지금 칼데아와 연결되어 있다고.
이대로 죽이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래서는 재미가 없지.
마지막으로 너의 소원을 이루어주겠다.
너의 보물을 만져보도록.
내가 베푸는 자비라고 생각해주게나.
올가마리
잠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레프?
나의 보물이라니……. 칼데아스, 말이야?
그, 그만둬. 제발 부탁이야.
칼데아스가 뭔지 알잖아?
그건 고밀도 정보체야, 차원이 다른 영역이라고!
레프
그래. 블랙홀과 다를 바 없지.
아니면, 태양일까. 뭐, 어느 쪽이든 간에.
인간이 건드리면 분자 수준으로 분해되는 지옥이 구현되지.
사양하지 말고, 산 채로 무한한 죽음을 맛보도록 하게.
올가마리
안 돼―― 싫어, 싫어, 살려 줘, 누가 좀 구해줘!
나, 나는,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지 않아!
나는 아직 칭찬받지 못했어……!
아무도, 나를 인정해 주지 않았어……!
왜?! 왜 이런 일들만 일어나는 거야?!
아무도 날 높이 평가해 주지 않았어!
모두가 날 싫어했다고!
싫어, 이러지 마, 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
나는 아직 아무 것도 한 게 없단 말이야!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는데――――!
리츠카
소장님……!
- 나는 소장님을 향해 달려 나갔지만, 때는 늦었다.
리츠카
………!
마슈
안 됩니다. 가면 안돼요, 선배……!
저 남자에게 다가갔다간, 선배도 똑같이 죽게 될 거예요!
레프
호오. 과연 데미 서번트.
내가 근본적으로 다른 생물이라고 감지했나보군.
정식으로 자기 소개를 하지.
나는 레프 라이놀 플라우로스.
너희들 인류를 처리하기 위해 파견된, 2017년 담당자다.
듣고 있겠지, 닥터 로마니?
함께 마도를 연구했던 학우로서, 마지막 충고를 해 주지.
칼데아는 이제 필요 없다.
너희들 인류는, 이 시점에서 멸망했다.
닥터 로망
……레프 교수.
아니, 레프 라이놀.
그건 무슨 뜻입니까.
2018년이 보이지 않는 것과 관계가 있습니까?
레프
관계같은 건 의미 없어.
이미 결정되어버린 사실이다.
미래를 관측할 수 없게 되자, 너희들은 "미래가 소실되었다"라고 지껄이더군.
그야말로 희망적인 관측이지.
미래는 소실된 게 아냐. 소각된 거다.
칼데아스가 심홍색으로 물든 시점에서 말이야.
결말은 확정되었다.
네놈들의 시대는 존재하지 않아.
칼데아는 칼데아스의 자장이 보호하고 있겠지만, 바깥은 이미 이 후유키와 같은 말로를 맞이했겠지.
닥터 로망
……그런 겁니까.
외부와 연락을 취할 수 없었던 것은 통신기기 고장이 아니라, 수신할 상대 자체가 사라졌던 거였군요.
레프
흥, 역시 네놈은 똑똑하군.
맨 먼저 죽여놓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러워.
하지만 그것도 의미 없는 저항이다.
칼데아 내의 시간이 2017년을 넘어가면, 그곳도 이 우주에서 소멸할 테니.
이제 아무도 이 결말은 바꿀 수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인류사에 의한 인류의 부정이기 때문이니까.
너희들은 진화의 막다른 골목에서 쇠퇴하는 것도, 이종족과의 전쟁 끝에 멸망하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의 무의미함에! 스스로의 무능함 때문에!
우리 왕의 총애를 잃었기 때문에!
아무런 가치도 없는 휴지조각처럼, 흔적도 없이 불타버리는 거다!
- 땅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레프
어이쿠. 이 특이점도 슬슬 한계에 다다랐군.
……세이버 녀석. 얌전히 내 말에 복종했으면 살려주려고 했건만.
성배를 부여받았으면서도 이 시대를 유지하려고 하는 바람에 쓸데없는 고생을 했어.
그러면 잘 가라, 로마니.
그리고 마슈, 48명째의 적성자.
이래봬도 나에게는 다음 일이 있어서 말이야.
너희들의 말로를 즐기는 것은 여기까지로 해두지.
이대로 시공의 균열에 삼켜져버려라.
나도 피도 눈물도 없는 건 아니야.
마지막 기도 정도는 허락해 주지.
마슈
지하동굴이 무너집니다……!
아니, 그 이전에 공간 자체가 불안정합니다!
닥터! 즉시 레이시프트를 실행해 주세요!
이대로는 저는 둘째치고, 선배까지……!
닥터 로망
나도 알아, 이미 실행했어!
하지만 미안해, 그 동굴이 무너지는 게 더 빠를지도 몰라!
그 때는 포기하고 그쪽에서 어떻게든 해줘!
그 왜, 우주공간에서도 수십 초 정도는 맨몸으로도 괜찮다고 하잖아!
마슈
죄송합니다만, 닥쳐주세요, 닥터!
화가 나서 냉정함을 잃을 것 같습니다!
닥터 로망
어쨌든 의식만은 강하게 유지해 줘!
의미소실만 되지 않으면 구조는――――
- 몸이 공중에 붕 떴다.
마슈
아, 시간이 모자라!
리츠카
마슈, 이쪽이야!
하다못해 마슈만이라도……!
마슈
선배, 손을……!
- 시야가 하얗게 변한다.
- 이제 아무것도ㅡㅡㅡㅡ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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