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0시 43분
사채업자 「여어.
부탁한 일은 어떻게 됐어?」
키류 「마무리 했습니다.
봉투가 없어서…….
이대로 괜찮을까요?」
사채업자 「그딴 건 신경 쓸 필요 없어.
봉투가 있든 없든 돈은 돈이니까.
도지마조 형씨는 일처리가 빨라서 마음에 들어…….
자, 이건 약속했던 10%. 수고했어.」
키류 「감사합니다.」
사채업자 「그리고 이건 내 성의니까 받아.」
키류 「아니, 그런 건……」
사채업자 「"5대5"가 상식인 요즘에 이 정도면 밑지는 장사도 아니야.
원래라면 진짜 건달한테 이런 쪼잔한 액수의 회수는 부탁하지도 못하니까.」
키류 「하지만……」
사채업자 「동년배의 철부지 놈들이 만 엔짜리 지폐 흔들면서 택시 타는 이런 시대에 건달인 자네 지갑이 얇으면 그런 꼴불견도 없겠지.
뭐, 이건 나와의 첫 거래를 끝낸 축하금 정도로 해두자고.
……넣어둬.」
키류 「……감사합니다.」
사채업자 「그나저나 멍청한 자식에게 돈을 빌려주니 뒷일이 성가셔서 짜증나는군.
30만쯤 포기하는 건 일도 아니지만, 장사하는 입장으로서 회수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야……. 그렇지?」
키류 「……네, ……뭐.」
사채업자 「나도 이 바닥에서 사채업을 한지 꽤 오래됐으니까 알고 있어…….
요즘 세상에 진짜 돈의 가치를 아는 놈 따윈 거의 없다는 걸 말이야.
그건, 가방 끈 짧은 자네가 고학력 애송이들보다 훨씬 잘 아는 것 같은데 말이야.
그렇지 않아?」
키류 「저는 모릅니다.
……그럼 이만.」
사채업자 「이봐, 나랑 일하는 건 어때? ……형씨.
자네 솜씨 정도면 건달 같은 것보단 좀 더 쉽게 많은 돈을 만질 수 있어.
맛난 요리 배부르게 먹고, 새끈한 여자를 맘껏 안을 수 있다고.
그것뿐이겠어?
돈만 있으면 불행한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지…….
야쿠자는 밑바닥 생활이 길어…….
빨리 위로 올라가려면 우리 쪽으로 와서 버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은데?」
키류 「3년 전에 그 얘길 들었다면 그렇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단 건달 세계에 몸을 담으면……
시간을 되돌릴 수 없죠.」
사채업자 「그게 대답……인가.」
키류 「건달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줄 순 없는 걸까요…….」
사채업자 「훗, 글쎄…….
나는 건달이 되어 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야.
아무튼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연락해.
……그럼.」
키류 「쳇, 고작 사채업자 주제에……
성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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